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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신채호의 문학론을 토대로 이광수의 무정에 대해 논하라.

by 합리적 의심 2020. 7. 16.

본 글은 문학교양 강의를 들으면서 진행한 문학비평의 자료입니다. 시험에 출제된 문제의 일부 중 인상깊었던 문제에 대한 저의 답변을 담을 글입니다. 답변의 근거로 활용한 자료와 참고한 논문자료는 아래에 첨부하오니,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광수의 무정에 대해 논하기에 앞서 단재 신채호의 문학에 대한 관점을 견지하고자 한다.
단재의 문학에 대한 관점을 논하기 위해 사용한 근거는 단재의 문학, 소설에 대한 견해를 담은 세 편의 논평과 조선혁명선언이다. 우선 단재의 소설에 대한 논평에 대해서는 이전의 글을 통해 논한 적이 있으니 간략하게 요약하겠다. 단재 신채호는 문학 중에서도 소설, 그리고 그 이외의 사설, 논평과 같은 텍스트 전반에 대해서 민중을 좋은 방향으로도, 나쁜 방향으로도 이끌 수 있는 강력한 매체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작가의 돈벌이를 위한 글, 단순한 읽을거리로서의 글, 음풍을 조장하는 글들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였고, 민중을 계몽하고 나아가 민중을 혁명의 주체로서 이끌 수 있는 글을 지향해야 함을 주장하였다. 조선혁명선언에서는 민중이 가진 힘에 대한 언급이 여러 번 등장하는데 "민중은 우리 혁명의 대본영이다."라는 문구 등에서 단재의 민중혁명에 대한 관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구시대의 혁명과 같은 특권계층 간의 세력싸움을 통한 권력층의 교체와 같은 혁명이 아닌 깨우치고 자각한 민중들의 혁명이야말로 우리 민족 전체를 구원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두 관점에서 필자는 단재의 문학관을 이렇게 견지하고자 한다. 단재 신채호가 주장하는 문학, 텍스트는 민중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강력한 매체이자, 민중들을 계몽하고 나아가 조선의 독립을 이룰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단재의 문학관에 기초하여 내가 이광수의 무정에서 평가하고자 하는 것은 작중에서 민중, 민족의 역할은 무엇인가? 와 민중 계몽의 지향점이 민족의 독립에 있는가? 이다.
무정에서는 아직 잔존해있는 봉건적 가치와 근대적 가치의 대립을 형식, 영채, 선영의 삼각관계라는 장치를 통해 작가의 연애관과 함께 드러냄으로써, 봉건적 연애관을 부정하고 근대적 연애관으로 나아가야 함을 설파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형식의 "새로운 교육"에 대한 열망을 통해서 근대적 가치의 수용을 부르짖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이광수가 주장하는 바가 봉건적 가치의 근대적 가치로의 이행, 즉 개조를 통해 근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봉건에서 근대로의 이행에 있어서 민중, 민족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가? 민중, 민족은 형식으로 대표되는 근대적 가치로 개조된 소수의 지식인을 통해 인도되어야 할, 계몽되어야 할 존재로서 묘사된다. 이러한 묘사는 작품 말미의 수재민을 위한 음악공연 부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식민지 조선에서 고난을 겪는 민중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구원하는 것이 지식인들의 역할이며, 더 나아가서 "근대"라는 목적지는 조선 그 자체가 가진 봉건적 가치를 개조해서라도 도달해야 하는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근대로의 개조에 있어 민중은 그저 이러한 개조를 받아들여야 할 수동적인 존재로 밖에 묘사되지 않는다.

단재의 문학관에서 앞선 내용을 논평하고자 한다.
춘원 이광수의 무정이 지향하는 바는 민중, 민족이 가진 봉건적 가치를 개조해서라도 근대라는 목적지에 도달해야만 한다는 것이고, 그 지향점에는 "새로운 문명", "잘사는 민족"에 대한 열망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지향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식인들의 개조, 더 나아가 민중, 민족 전체의 의식의 개혁, 계몽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단재의 문학관에서 주장하듯이 소설이라는 매체를 통해 민중의 변화를 촉구하고자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민중의 변화가 단재가 주장하는 지향점과 일치하는가? 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단재 또한 민중의 계몽, 의식의 개혁을 중요시하였으나, 그 지향점은 항상 민족의 독립이었고, 민중의 혁명이었다. 그러나 춘원은 의식의 개혁을 통해 봉건적 가치를 개조해서라도 조선이라는 국가가 근대적 국가로 나아가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그에게는 당장의 민족의 독립보다는 조선이라는 국가를 개조해, "새로운 문명", "잘사는 민족"이라는 근대적 국가로의 이행이 중요했던 것이다. 민중의 계몽에 있어 단재에게 "민족"은 주체였고, "근대"는 객체였다. 그렇기에 그는 우리 민족이 스스로 "민족의 근대"를 맞이하기를 바랐고, 민중혁명을 소원했다. 반면 춘원에게는 "민족"은 객체였고, "근대"는 주체였다. 그렇기에 그는 봉건적 가치를 버려서라도 우리 민족이 "근대의 민족"이 되기를 바랐다.
그렇기에 나는 이렇게 논평한다. 이광수의 무정은 단재와 같이 문학, 텍스트라는 매체가 가진 영향력에 대해서 잘 인식하고 있었고, 이를 통해 민중을 변화시키려고 한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지향점이 단재에게는 민족의 독립이었고, 춘원에게는 근대로의 개조였다. 따라서 지향점에서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열) 신채호의_소설론.pdf
0.14MB
(교열)낭객의 신년만필.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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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열단선언- 쉽게 읽는 독립선언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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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을 바라보는 두 시선 -신채호와 이광수를 중심으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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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와 신채호의 만남, 그리고 영향.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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