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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동양주의 비평

by 합리적 의심 2020. 7. 16.

본 글은 문학교양 강의를 들으면서 진행한 문학비평의 자료입니다. 동양주의와 관련하여 대한매일신보에 실린 『동양주의에 대한 평론』,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 춘원 이광수의 『대구에서』를 읽고, 이를 정리하고 동양평화론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담은 글입니다. 세 편의 글은 함께 첨부하였으며, 필기나 밑줄이 그어져 있는 부분은 양해바랍니다.

동양주의에 대한 평론.pdf
1.45MB
안중근-동양평화론.pdf
3.35MB
이광수-대구에서.pdf
1.50MB

『동양주의에 대한 평론』에서는 동양주의를 이른바 동양의 세력들이 단결하여 서양 세력의 동양으로의 확장을 저지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이를 주창하는 자들을 세가지로 분류하여 제시하고 있다. 첫째로는 나라를 그르치는 자로, 사천년 역사의 조국을 남에게 팔아넘긴 매국노들이 스스로를변호하기 위해 가져오는 논리로 주창하는 것이요. 둘째로는 외국에 아첨하여, 나라의 이권을 일본에게 헐값에 팔아넘기며 국민들을 선동해 국가주의를 잊고 동양주의에 취하게 하는 무리에서 나오는 것이며, 셋째는 혼미무식하여, 세간에 떠도는 동양주의라 하는 말을 듣고 부화뇌동하여 정신없이 입에서 입으로 옮기는 자라고 하였다. 이러한 무리들이 무지한 백성들을 선동함에, 백성들은 국가주의를 잊고 적국이던 나라를 동양이라 하여 나의 나라, 나의 동족이라 생각하니 이러한 폐단은 프로이센, 러시아, 오스트리아에 의해 분할된 폴란드 사람이 서양주의를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 동양주의를 주창하는 것은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것은 차치하고 동양만을 보전하는 주객전도의 상황이라. 그럼에도 동양주의를 주장하는 까닭이 동양을 위함이 아니라 국가를 구원코자 함이라 하는 자가 있으니 그런 사람 중 국가를 구원하는 자는 없고, 다만 외국사람이 나라를 사랑하는 국가주의 정신을 빼앗는 자는 있으니, 이를 경계하고 삼가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선 주장과 비유로 미루어 볼 때 본 글의 취지는 동양주의를 주장하는 자는 지금 당장의 나라의 안위에는 신경쓰지 않고, 단지 동양이라는 큰 세계로 눈을 돌려 백성들의 애국심을 흔들고, 나라에 해악을 미치니 그러한 주장에서 벗어나 동양이 아닌 조선, 대한제국의 안위, 미래를 위해 힘쓸 것을 중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에서는 합치면 성공하고 흩어지면 패망한다는 것은 만고에 불변한 이치이며, 동서로 나뉘어 인종과 인종간의 경쟁이 치열한 무력을 행사하며 잔인한 해악을 떨치는 서양 제국주의 열강 중 특히 러시아를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황백인종의 경쟁인 러일전쟁을 일본제국이 승리로 이끌어 인종 사랑 무리(愛種黨)를 이루었으니, 이를 동서양 천지가 개벽한 이래 가장 뛰어난 대사업이며, 시원스러운 일이라 평가하는 한편, 이러한 성공의 뒤에 한·청 양국의 뜻있는 인사들의 동양평화를 희망하는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에는 한·청 양국이 일본에게 당한 일에 대한 원수를 갚겠다고 들고 일어났다면, 일본의 패배는 당연하였을 뿐 아니라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여긴 구미열강들이 앞다투어 동양을 각축장으로 삼아 군사적 충돌을 일삼았을 것이라는 그의 추측에 기반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후 포츠머스 조약에 있어서 일본이 승리하였음에도 미국의 중재를 받아 다소 러시아에 유리한 조약을 맺은 것에 대해 동양의 힘이 미약한 것을 안타까워하는 한편, 일본이 한국에 대한 지배권을 인정받는다는 조항을 첨가한 것에 대해 같은 인종 이웃나라를 해치고 방휼지세를 만들어 열강이 어부지리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 비판하였다. 이러한 주장으로 미루어 보아 안중근 의사는 서양 열강의 동양에 대한 침공을 한·청·일이 힘을 합쳐 물리쳐 동양평화를 이룩하였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는 한편, 그러한 희망과 달리 같은 동양을 침공하고 핍박하는 일본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안중근 의사가 지필을 마치기 전에 사형이 집행되어 동양평화론은 완성되지 못했지만, 그의 사형 집행되기 이전 그가 일본인 간수와 나눈 회견에서 제시된 구상은 현재의 EU와 비슷하게 한·청·일 3국의 협력기구의 설립과 공동은행, 공동화폐의 발행을 골자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의 사상은 단순한 동양의 동맹이 아닌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인 협력 체제의 설립을 희망했던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동양주의, 동양평화론, 또는 아시아 주의에 대한 당시의 찬성과 반대 입장의 주장을 대한매일신보의 사설과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을 통해 어느정도 확인하였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양측의 입장을 통해 생각해 본 개인적 견해는 그 당시 동양주의를 주창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매국노 내지는 나라를 망치려 드는 자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대체로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까닭은 그 당시 일본의 제국주의적 팽창의 근거가 된 아시아 주의가 변질되어 러일전쟁에서 승전한 것을 넘어서 동양 전체를 일본이 장악하여 패권을 잡아 더 나아가서는 서양세력을 침공하고자 하는 목표를 보였고, 따라서 당대 지식인들은 일본의 제국주의적 행보를 합리화시키는 아시아주의, 동양주의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토가 주장한 아시아주의는 한·청·일의 동등한 협력관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제국이 아시아의 보호자, 즉 패권을 쥐는 상하의 관계를 만들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토의 아시아주의와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은 다소 차이가 있다. 동양평화론은 서문과 목차만을 남긴 채로 미완성이 되었지만 안의사가 밝힌 그의 구상은 오늘날 EU, 유럽연합의 경제, 정치, 군사적 협력 체제와 다소 흡사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한 점에서 그가 이토를 저지한 것은 일본전체에 대한 적대감 보다는 일본 제국주의의 야욕을 저지하여 동양평화를 실현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안중근 의사가 희망했던 대로 일본이 제국주의의 야욕을 떨치고 동양의 선도국으로써 동양평화를 이룩하였다면, 동아시아의 모습은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